카드 실적 쫓다가 소비만 늘어난 이야기 – 쿠폰의 함정에서 빠져나오기까지
포인트가 아닌 소비에 쫓기던 시절
나는 한동안 ‘실적형 카드’와 ‘쿠폰 보상’에 목을 매고 살았다. 특히 하나카드의 하나머니를 통과해서 쿠팡에서 결제하면 종종 스벅, 메가커피, CU상품권 같은 쿠폰을 주곤 했는데, 그게 정말 유혹적이었다. 처음엔 ‘어차피 살 거, 하나머니 거쳐서 사면 이득이지’라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내가 ‘굳이 안 사도 될 것’을 사게 됐다. “조금만 더 사면 쿠폰 하나 더 받을 수 있겠네”라는 생각이 들면서, 필요 이상의 소비가 점점 늘었다. 실적을 채우는 게 목적이 되어버린 소비. 혜택을 받기 위한 지출이 주객전도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럴 때마다 쿠폰은 참 달콤했고, 내 통장은 점점 말라갔다.
카드사가 웃고, 나는 털리고
생각해보면 카드사 입장에선 참 잘 만든 구조다. 실적을 채우면 포인트를 주고, 포인트로 상품을 주고, 소비자는 자발적으로 더 결제하게 된다. 나 역시 그 흐름에 푹 빠졌었다. 매달 정해진 실적을 맞추려다 2~3만 원을 더 쓰고, ‘상품권을 받았으니 이득’이라는 착각에 빠졌다. 하지만 계산기를 두드려보면, 내가 받은 상품권은 고작 3천 원에서 5천 원 수준. 오히려 그걸 받으려다 5배 넘게 쓰는 일이 반복됐다. 정작 내 삶에 필요한 건 아니었고, 단지 “혜택을 놓치면 손해 같아서” 샀던 것들. 소비는 늘었고, 만족감은 없었다. 나만 손해 보는 게임에 스스로 뛰어든 셈이었다.
이젠 실적보다 실속
그러다 문득, 그 혜택들이 ‘꼼수’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선택한 게 아니라, 시스템에 반응한 소비라는 걸 자각하면서부터다. 지금은 쿠폰이 떠도 무시한다. 하나머니 통과? 쿠팡 앱에서 바로 사고 끝낸다. 쿠폰 하나 더 받자고 내 지출을 늘릴 순 없다는 생각이 이제는 확고하다. 필요한 물건만 사고, 남는 돈은 적금 통장으로 옮긴다. 처음엔 실적이 줄고 카드 포인트가 아까웠지만, 통장에 남는 돈이 조금씩 늘어나면서 마음이 편해졌다. 혜택은 좋지만, 혜택에 끌려다니면 결국 내 돈만 빠져나간다는 걸 이제는 안다. 이젠 실적보다 실속, 카드사보다 나 자신을 먼저 생각하게 됐다.
※ 본 글은 2025년 5월 기준 정보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